♥ 모디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M:0/G:44}
나도 작가!!

Category

 zzㅋㅋ ( 2010-01-03 11:51:30 , Hit : 5804
 데스가리온 0 - 1

난 내가 싫다.

투명하디 푸르른 대리석과 황금빛깔을 토해내고 있는 어지러운 문양들, 모난 곳 없이 유려한 곡선의 물건, 물체, 인간들.

나의 시야에 비춰지는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완벽함에 취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여, 얼마나 추한 모습으로 나의 눈에 깃들어지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이름모를 악기의 아련한 음성이 귓가를 천둥처럼 두드리고, 어디에서 퍼왔는지 모를 각양각색의 재료들이 모여 구성 된 음식의 달콤한 향내는 콧속을 비집으며 파고 들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 귓가를 울리는 모든 것들, 나의 오감을 자극하며 달려드는 이 곳의 모든 것들이...

"역겹다."

가만히 시야를 들어 새까만 밤 하늘에 박혀 있는 둥그런 달을 바라보니, 나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둥그런 달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잔잔한 미풍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어디론가 뒤틀리고 있는 가련하고 불쌍한 비운의 인간일까.
아니면, 자그마한 틀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줏대 없는 병신일까?

"...킥킥."

그동안 참 많이도 살아왔다. 언제 웃어야 하고, 어느 순간에 어떠한 말이 어울릴 거라 생각하고, 나의 행동을 스스로 의심하여 되돌아보며 지내왔던 시간들.

상대가 나의 말이나 행동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분류의 기분을 느낄지 판단하며 조심스레 걸음을 떼고, 웃음기 없는 미소를 입에 걸어놓은 채 지나쳐 버렸던 시간들.

내가 정체도 희미해진 무수한 인간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시간 동안, 나는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하나 하나 잃어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닫아버린 놈에게 마음을 열어줄 진실 된 그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걸어왔다고 믿었던 잘 포장 된 길 위에 서서 고요히 뒤를 돌아 보진 않을 것이다.
...대신, 그동안 외면해 왔던 가느다란 샛길의 모퉁이를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겨 나갈 것이다.

반듯한 대리석이 깔린 불투명한 바닥의 미래는 이제 끝이다.

그건 애당초 나의 길이 아니었으니까.

"...들어가시지요, 날씨가 춥습니다."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온화한 음성에 달을 올려다 보던 시선을 떨구며 가만히 뒤돌아 섰다. 몇 보 앞에 허리를 숙인 늙은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올곧게 뒤로 넘긴 성성한 백발, 날카로운 선의 흑빛 정장, 그리고 정장 가슴부근에 수놓아진 뒤엉킨 황금빛의 문양.

나는 발걸음을 옮겨 늙은이의 옆을 지나, 눈이 부신 실내로 들어가기 직전에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곳을 향해 전방을 보이고 있는 늙은이의 어깨에 오른손바닥을 성의 없게 올려 놓았다.
"...왕자님?"
올려다 보지 못하는 늙은이의 시선이 나의 손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 나는, 웃었다.
...웃었다?

"노친네, 당신은 해고요."

...과연 지금의 나는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글쎄...나의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나'라는 놈은 잘 알 것 같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것을.

\\\\\\\\\\\\\\\\\\\\\\\\\\\\\\\\\\\\\\\\\\\\\\

푸른 홍염의 산맥은 거대한 투루시아 대륙을 양단하는 기나긴 숲의 구름이다.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높이와 바람을 타고 흐르는 거친 움직임에 의해서 푸른 홍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 산맥은, 무궁무진한 자원과 넓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규칙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다수의 강력한 몬스터들로 인해서 인위적인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다.

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테리안 대륙과 서쪽을 위시한 도르기아니 대륙을 이어주는 18개의 터널만이 푸른 홍염의 산맥이 인간에게 허락한 공간이었다. 자연스레 터널 주변에는 수호의 열정과 교역의 의지를 가득담은 인간들이 모여들었고 두 대륙에는 각기 18개의 국가가 일으켜 세워졌다. 상호간에 색다르고 효용가능성이 높은 물자들을 충족해가며 몸집을 키워온지, 터널이 개통 된 후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물품 교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교쪽으로 많은 발전을 하여 사실상 갈라진 대륙이 아니라 하나의 대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까지 치달았다.
터널을 지키는 36개의 국가들은 물론이거니와 국가들을 관리하는 제국들 사이에도 허물이 없어져 두 대륙간의 융통성은 역사상 최고조로 올라서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연스러운 평화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적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우두머리들 보다는 이리저리 휘둘리는 허수아비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

"...뭐하러? 오빠는 어차피 종이에서 눈도 안 뗄 텐데."
연분홍 빛 머리칼의 소녀는 얇은 입술을 삐죽였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진 소녀의 머리칼이 고갯짓을 하는 주인의 행동에 의해서 허공중에 엷게 흩날렸다.

"오라버니는 언제나 바쁘잖아."
하얀 빛의 알갱이가 스며든 연분홍 빛 머리칼 위에 고운 손이 얹혀졌다.
손의 주인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체 입술을 달싹였다.
"...우리가 찾지 않으면 평생 못 볼지도 몰라."
"치."

눈살을 찌푸리며 두 눈을 감은 소녀보다 진한 분홍빛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는, 자신의 손길에 조용히 고개를 수그리는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입가에 힘없이 걸려있던 미소를 지웠다.
"후..."

언제부터였을까.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터져나오던 것이, 허물 없는 표정을 드러내보였던 것이, 마음을 털어 놓을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 언제부터 이다지도 변하게 되었을까.

사람은 끝없이 변화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기존에 있던 무언가가 어떠한 계기나 명분으로 인하여 그 형태를 달리하는 것을 변화라 한다면, 진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그 계기나 명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변화라는 것의 양면성이 긍정과 부정이라는 의미를 벗어나서 무감각과 무심함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있는 지금,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변화를 이룩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었다.

보고 싶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차가운 무언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겉면을 볼 때마다 소녀의 마음은 알싸해진다. 이제는 그에게서 한줌의 따스한 웃음소리마저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등골을 시리도록 차갑게 만들었다.

"...가자."

진분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부드러움을 만끽하고 있던 자신의 손을 내리며 폭신한 쿠션이 고정되어 있는 의자에서 일어난 뒤, 양손가락 끝으로 실크 원단의 원피스 자락을 살짝 집었다가 놓아 의상을 정리했다. 발등을 덮을 정도로 늘어진 은색의 원피스가 곧게 펴졌다. 원피스 끝자락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맞은편에서 일어서고 있는 작은 소녀에가 가서 맞닿았다.

"점심시간에 늦겠어."



(2010-01-06 20:01:30)  
글을 매끄럽게, 읽기좋게 쓰는거 정말 어려운일입니다!
대단하세요~
zzㅋㅋ (2010-02-08 08:59:17)  
칭찬 감사합니다~ 날짜가 좀 걸려도 완결을 내도록 노력할께요!




  [공지]나도 작가!! 게시판은... [11]    2004/09/06 8193
161   [연재] 데스가리온 0 - 3  zzㅋㅋ 2010/01/17 5818
160   [연재] 데스가리온 0 - 2  zzㅋㅋ 2010/01/03 5606
  [연재] 데스가리온 0 - 1 [2]  zzㅋㅋ 2010/01/03 5804
158   [기타] 월간 광장 4월호에 제가 쓴 시 3편이 실렸어요... [7]  최동훈 2009/04/12 5303
157     [기타] 저녁 어스름의 바다를 보다 [1]  최동훈 2009/04/12 6699
156     [기타] 호각 소리가 사라진 자리  최동훈 2009/04/12 5744
155     [기타] 허상을 사는 사람들  최동훈 2009/04/12 5399
154   [단편] 빨간 포마즈를 먹던 기억이....... [2]  Remarque 2008/03/03 6247
153   [기타] 캐나다에서의 4년반 -장점편- [6]  최성근 2008/01/31 7342
152   [기타] 난 말한다 캐나다에서의 4년을... [1]  최성근 2008/01/18 6143
151   [연재] 아사하유하르 - [프롤] [1]  문정현 2007/12/01 6354
150   [단편] 그 남자의 사랑 이야기 [1]  최동훈 2007/01/30 7488
149   [단편] 홍수  風流郞 2006/12/31 6930
148   [단편] 무제 - [4]  금련희 2006/12/28 6622
147   [기타] 내인생의 극적 장면 [4]  러브두리 2006/09/30 7147
146   [일기] [20060329] 결별의 축복   2006/04/02 6878
145   [기타] [독백]짧은 이야기   2006/03/28 7026
144   [단편] 그림자   2006/02/19 6461
143   [일기] 오고 있는것을 ... [2]  금련희 2006/02/14 6762

1 [2][3][4][5][6][7][8][9]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ROBIN Modify by Ne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