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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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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zㅋㅋ ( 2010-01-03 11:52:27 , Hit : 5682
 데스가리온 0 - 2

중앙이 비어있는 거대한 원탁이 넓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둥그런 외곽부근엔 검은 정장을 빼입은 12명의 중년인들이 의자 위에 앉아 굳어진 안면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하는지 알 것이고, 각기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알 것이다."
원탁에 둘러있는 인간들 중 정문을 맞은편 시야에 두고 턱을 괴어 앉아있던 중년인이 입을 열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한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긍정이라는 것도, 부정이라는 것에 대한 표현도 없지만 이 자리에 존재한 모든 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무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뚜렷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면, 그러한 결과 파생 된 사실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인정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두루뭉술한 예상  따위가 아니라  이미 기정화 된 사실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너희들을 긁어모은 이유 또한..."

원탁 위에 올려진 두 손을 아래로 끌어내린 중년인은 고개를 약간 수그리며 눈을 치켜뜬 후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이를 향해 강렬한 시선을 깔았다. 중년인의 등 뒤에 위치한 거대한 창문을 통해 실내에 잠입한 날카로운 빛살에 의해서 좌중의 인물들은 번뜩이는 두 눈동자만을 직시하게 되었고, 공간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알리라 믿는다."

음성이 단절 됨과 동시에 열 한 개의 왼주먹이 원탁 위에 무겁게 올려지며 탁한 소음을 형성했다. 열 하나의 목소리와 함께.

"타도."

단 한 마디였지만 이것은 좌중의 육신만이 아니라 마음마저도 집어삼켜 의미 자체의 위압감을 드러냈다.
태양을 등지고 앉은 중년인은 명치를 타고 흐르는 찌릿한 전율에 몸을 맡기며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자신의  희석 된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쓸어 올린 후 굳어져가는 입술을 달싹였다.
"...우리는 가족을, 친지들을, 나아가서는 이 국가를 위해서 타도한다."

"타도."

다시 한 번 중년인의 음성을 따라 원탁 위로 둔탁한 소음과 열 하나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그래. 우리의 필연적인 적, 우리가 검은 방패라 부르는 데스..."

쿵.

중년인이 입을 여는 도중, 갑작스러운 소음이 발생되었다.

소음이라는 것은 본래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무언가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것이 바람조차 만질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소리를 뿜어내게 되고 그러한 것들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인간들은 살아가는 동안의 모든 순간마다 어떠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이 자그마한 소음이던 천지를 울리는 광음이던 간에 인간의 귀는 끊임없는 자극을 받게 되고, 그러한 것에 대해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떠한 의지가 있는 순간만큼은 필요 이상의 소음으로 인하여 그 상황을 방해받기 싫어하게 되는 때가 있음을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것이 연인들끼리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순간이든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어느 날 오후이든간에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그마한 소리에도 방해받기 싫은 때는 있는 법이고, 그것은 현재 원탁을 위주로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결코 방해라는 것이 끼어들 틈 조차 없는 상황을 바랬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바램이 묵직한 소음 속에서 산산히 부숴진 현재 그들의 마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점은 소음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소리가 발생 된 지점이 전혀 웃기지도 않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열 두 쌍의 시선이 모아진 곳은 금테를 두른 정문과 나른한 햇살이 스며드는 창문의 중앙지점에서 좌측벽면 쪽에 붙어 중앙에 위치한 원탁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나의 좌석이었다. 좌석은 중년인들에게 등을 보이며 벽쪽을 향해 틀어져 있었고 그로인해서 좌중은 의자의 모서리 부분을 타고 흐르는 보라빛으로 장식 된 용문양과 탁한 나무결의 뒷태만을 볼 수 있었다.

열 두 쌍의 시선이 고정 된 유려한 뒤태를 한가로운 햇살이 쓰다듬고 지나갔다.

"...크크큭."
반백발 중년인의 입가가 거칠게 일그러지며 낮은 웃음소리가 세어나왔다.

일반인은 사용하는 것 자체가 죽을 죄이며 귀족 또한 사치적인 이유의 이용은 금지 된 보라색.
마족의 마력적 눈동자와 그 빛깔이 같다하여 감히 바라보는 것 조차 이유가 필요한 이 색으로 화려하게 치장 된 하나의 좌석.

이 좌석은 자신의 주인을 받들기 전까지는 언제나 벽만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킨다. 그것은 의지가 없으면 그 어떠한 것도 내려다 보지 않는다는 황궁의 말장난 때문에 지금껏 자연스레 이루어진 암묵적인 법칙이며 개별적인 의지를 지니고 있지 않은 좌석이 갑자기 뒤를 돌아 원탁을 내려다보는 것은 마찬가지로 암묵적인 위법이었기 때문에 지금 껏 그러한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주인이 없는 좌석은 홀로 말 할 수 없고 그 어떠한 의지도 깃들어져 있지 않다.
그래, 좌석에게는 소음을 뿜어낼 수 있는 능력 따윈 없다.

"전원 기상."
물체는 주인의 의지를 받들 뿐이니까.
...그리고 그러한 당연한 사실에, 좌중은 오금이 저려옴을 느꼈다.

"...파시온거락 백작 외 11명, 데스가리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

분홍빛 머리칼의 자매는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목적지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묵빛 단발의 머리칼을 펑퍼짐하게 흐트러놓고 인상을 사정없이 그은 체 팔자걸음걸이를 자매들에게 보여주던 사내는 양주머니에 박혀있던 손 중 왼손을 꺼내어 뒷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각을 잃은 검은 정장 상의가 사내의 행동에 의해서 여기저기 주름이 잡혀갔다.

"......?"

거대한 창문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복도위를, 뜨거운 햇살을 피해 고개를 숙인체로 걷던 사내는 자매와의 거리가 지척에 이르러서야 그녀들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사내의 반쯤 감긴 눈동자가 자매들의 어깨너머로 향했고, 입술이 열리며 묵직한 저음이 사내를 통해 공간을 울렸다.

"...여. 안녕, 꼬마들."

뒷머리를 긁던 왼손을 자매를 향해 들어올리며 털레털레 흔들어 보인 사내는 다시금 주머니 속을 향해 손을 안착시킨 후 그녀들의 우측편을 지나쳐 복도위를 나아갔다. 그의 그림자가 창문 맞은편의 벽면에 짙게 그려졌다.

그 일련의 모습을 동그랗게 뜨여진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던 연분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사내가 지나간 종적을 따라 반쯤 틀어진 몸을 완전히 사내쪽으로 돌리며 바들거리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오, 오빠...?"
8대2 비율로 반듯하게 가르마탄 부드러운 묵빛 머리칼과 칼각이 잡혀있던 정장의 모습은 머나먼 이야기였고 정석적이었던 발걸음은 종잡을 수 없는 향방으로 나아가 버렸다.

입수보행은 또 웬 말인가?

누구보다도 모범적이고 날카롭게 빛이나던 뒷태는 온데간데 없고 한낱 시정잡배의 모습을 한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찾지 못하고 뒤흔들렸다.
"가리온 오라버니!"
연분홍빛 머리칼의 소녀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진분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시야의 초점을 빠르게 바로 잡은 뒤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내의 뒤통수에 대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움켜쥐어진 양손에 실크원단의 원피스가 한움큼 들어왔지만 소녀는 그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한줄기 가녀린 목소리에 힘을 싣는데 신경을 썼을 뿐이다.
"앙?"
넓다란 복도를 가득메우는 앳 된 외침에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후방으로 틀었다. 어깨 넓이 이상으로 벌어진 그의 양다리가 복도 위에 굳건히 일으켜져 있었다.

//////////////////////////////////////////

"음."
8대2 비율로 단정하게 가르마진 묵빛 머리칼의 사내는 왼손에 펜을 든 체 거무튀튀한 글씨가 적힌 종이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맑은 나뭇결의 책상위에 몸을 눕히고 있는 종이 좌측으로는 산을 이루고  있는 서류뭉치들이 놓여져 있었고 우측엔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매끈한 백색의 찻잔이 놓여져 있었다.

넓다란 방안에 오로지 책상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모습은 공간속에서 공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내는 비어있는 우측 손으로 찻잔을 들어올려 입가에 가져간 뒤 내음을 음미하며 내용물로 입술을 살짝 적신 후 본래 있던 곳으로 찻잔을 내려 놓았다.
그의 시야에 잡혀들어온 종이의 공백부분은 사내의 필체가 함유 된 글자를 요구하고 있었고 그것에 합당한 것을 적어넣기 위해선 본문을 살펴봐야 했기에 종이 위에 올려진 시선을 떨어 뜨리진 않았다.

"...그래서, 오라버니도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해서..."

이상하다. 진분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부터 온몸으로 이상한 감을 느끼고 있었다.
초라한 빛깔의 정문 앞에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이 방 안으로 기별을 넣을 때도, 대답이 없었음에도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경비병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도, 살짝 열어진 문틈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에도 소녀는 자신의 육감이 전달해주는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건 마치 소녀 자신이 이 공간속에서 이물질이 된 듯한 처절한 느낌이었다.

"음."

같은 어조, 같은 음성.
대답이라 명명 할 수 없는 무성의한 묵직한 저음이 의자에 앉아 책상 위의 종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에게서 튀어나왔다.
"......"
소녀는 명치부근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어금니를 앙다물며 씹어삼켰다. 이그러지게 쥐어진 여린 두 주먹이 잔떨림을 소녀에게 올려보냈지만 그녀의 얇은 입술은 미세하게 미소짓고 있을 뿐이었다. 짙은 호선이 그려진 두 눈동자는 눈시울을 적시는 습기에 의해서 얇게 뜨여져 눈앞 사내의 모습을 분간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있잖아요, 오라버니. 그거 아세요?"

사내가 바라보던 종이가 그의 필체를 받고 소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책상 밑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사내가 바라봐야할 것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쌓여있던 서류뭉치 중 맨 위에 놓여져 있던 종이 한 장이 메꾸었다. 종이를 책상 한 가운데에 놓은 그의 오른손이 다시금 찻잔을 향해 나아갔다.
시선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혹시 저희는 오라버니랑은 다른 엄마와 아빠에게서 나온건 아닐까 하는...예전엔 몰랐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이야기 해준거겠죠."
예의에 어긋난다. 기본적인 가족간의 관계를 당사자 앞에서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은 당사자에게 있어서나 발언자에게 있어서나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이다.

벨 수 없는 비늘 사이 유일에게 존재 하는 단 하나의 모순.

소녀는 뜨겁게 달아올라 잘게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지 않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라버니는 한 핏줄도 아닌 저희에게 혐오감을 느껴서 차갑게 대한다는 생각이..."
소녀의 가녀린 음성이 이어지는 동안 묵묵히 앉아있던 사내의 눈살이 돌연 찌푸려졌고, 그 모습을 본 소녀는 짧은 숨을 들이마셨다. 어깨가 순간 경직되고 갑작스레 동그랗게 뜨여진 커다란 눈동자에선 한줄기 눈물이 유려한 턱선까지 그려졌지만 소녀의 굳게 쥐어진 두 주먹은 주인의 의지에 의해서 그것을 닦아내려하지 않았다.

소녀의 의지를 포함한 모든 것은 서서히 벌어져가는 사내의 입술을 향해 고정 되어 있을 뿐, 다른 것은 그녀의 생각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서히 벌어져가던 입술은 소녀의 바램과는 반대로 찻잔에 닿고나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고 찻기에 젖은 입술은 다시금 조용히 다물어졌다.

사내의 오른손에 쥐어졌던 찻잔이 제자리를 찾아 몸을 의탁시켰다.

"요즘...그런 생각이 드네요..."
소녀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짙게 호선을 그린 두 눈으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눈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힘이 빠진 양손으로 비비적거린 소녀는 그것을 자신의 빨간 원피스에 아무렇게나 문지른 뒤  새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어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보고 있진 않지만 언젠가는 봐 줄지도 모르니까.
소녀는 사내 앞에서 언제나 미소 지었다.

"헷, 농담이에요. 괜히 예전처럼 삐져서 안 오시면 안 돼요."
애써 미소지은 체 꺼낸 소녀의 말은 방안을 잠시 돌았지만 그것이 존재 할 공간은 이곳에 없었다. 이내 사그라든 음성을 뒤로 한 소녀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몸을 돌려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날, 열 여덟 번 째 생일을 맞이해 성대하게 이루어진 크로아 왕국의 첫 째 공주, 루안시아의 성년식에 그녀의 첫 째 오빠 데스가리온 왕자의 자리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비어진 자리는 그 후 2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주인을 맞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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