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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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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zㅋㅋ ( 2010-01-17 13:39:15 , Hit : 5894
 데스가리온 0 - 3

"첫 째 놈이 뭐?"
"...그 분이 토라테리모스 자작을 해고 시켰습니다."
"...첫 째 놈이 뭐라고?"
"그 분이 토라테리모스 자작을 해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는 다라칸...이라는 자를 집사의 위에 봉한다 명하셨습니다."
"다라칸? 작위는?"
"...평민입니다."

"......"
"......"

잠시 침묵이 장내를 후려치고 지나갔다.

"큭."
"...폐하?"
"큭, 크하하하! 내가 이 놈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으하하하!"
"......"

끊이지 않는 거대한 웃음소리만이 차갑게 식은 장내의 공간속을 활발하게 움직일 뿐, 그 누구도 음성에 고개를 들어 답하지 않았다.

///////////////////////////////////////

"...나 불렀냐?"
진분홍빛 머리칼의 소녀, 루안시아는 데스가리온의 반쯤 뜨여진 눈에서 발산되는 '인지'라는 것을 감지하며 연분홍빛 머리칼의 동생, 이시테의 왼손을 빠르게 낚아채고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몇 보 안 되는 거리였지만 긴장으로 인해 응축 된 근육들을 바르게 움직였더니 몸에서 가느다란 열기가 발산 되었다.

루안시아는 가리온의 등 뒤 지척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불그스럼 해진 양 볼 위로 동그랗게 뜨여진 눈동자를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키 차이 때문에 루안시아의 고개가 약간 들려졌다.
"...네, 오라버니."
자그맣지만 단호한 음성이 데스가리온에게 닿았는지 등을 보이던 그가 자매를 향해 정면을 마주했다.

여기저기 주름이 잡힌 검은 정장과 하의에 찔러져 있는 두 손, 엉성하게 삐죽거리는 묵빛 머리칼...그리고...그리고...반쯤 감겨진 시선은 자매들의 어깨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데스가리온의 엇나간 시선은 루안시아의 타오르던 심장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착각."
루안시아의 입술이 작게 열리며 한숨 섞인 단어가 그 누구도 들리지 않게 살며시 세어나왔다. 그 언제나와 같지 않던 헐렁한 모습이 루안시아의 마음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었다. 찌푸려져 있었던 인상은 장난기를 꾹꾹누른 뒤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쓴 가면 같아보여 루안시아로 하여금 의문이라는 것을 가지게 했었고, 그로인해 외쳤던 한 마디에 돌아본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있다고 느껴 황급히 다가갔던 것인데.

데스가리온의 시선은 지척에 존재하는 자매들을 향해 있지 않았다.

루안시아는 떨구어지려는 고개에 힘을 주고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목에서 파생 된 근육의 진동에 의해서 그녀의 앞머리 일부가 오른쪽 눈동자 위를 살그머니 덮었지만 루안시아는 빙그레 미소 지을 뿐 그것을 정리하지 않았다.
"...시테가 다음 주에 검술 학교를 가게 되었어요. 오라버니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찾아가던 길에 운 좋게 만났네요."

자신의 이름이 거론 되자 이시테의 시선이 데스가리온을 향해 올려졌었지만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자매의 어깨 너머 나른한 햇살이 비춰지는 복도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이시테는 인상을 찌푸린 체로 루안시아의 악력이 그려진 왼손목을 오른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오라버니도 놀랍죠? 우리 막내가 어느새 이만큼 컸다는게 말이에요. 이젠 얘가 저보다 더 어른스러워요."

맑은 웃음기가 섞인 음성이 복도 위를 거닐었지만 시선을 너머로 둔 데스가리온도, 바닥을 보고 있는 이시테도, 그리고 얇은 입술을 달싹이고 있는 루안시아마저도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다.

형식.

자신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세상의 틀에 맞춰 무언가를 내뱉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형식이다. 그것은 의지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정해진 틀에 맞춰서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뜻하지 않은 바를 덧 붙여 이야기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기본적인 대화 예절, 인간간의 상하관계에 의한 예법 등을 생각하면서 그에 맞춰 이야기하고 행동 해야 할 때, 거기에 더해 그것이 청취자에게 호응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는 말하는 사람 역시 철저히 형식적인 이야기만 하게 된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이것저것 붙이고 붙이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흘러간 시간의 종적 뿐이다.

"...학교에 가면 막내 애교에 홀딱 넘어오는..."
"시아야."
함께하는 순간을 찰나라도 더 늘려보고자 끊임없이 재잘거리던 루안시아의 입술이 낮은 저음에 가로막혀 움직임을 멈췄다. 찰나라는 시간의 종막을 고하는 음성에 루안시아의 눈동자가 힘을 잃고 사그라들었다가 이내 다시금 웃음기를 머금었다.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그래도 오늘은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낸 것과 약간은 변화한 모습을 보게 된 것으로 적이 만족한 루안시아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돌리며 다음을 기약했다. 때 모를 기다림과 시야를 가리는 짙은 아쉬움이 그녀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으나 꿈을 그리는 소녀의 눈동자는 맑았다. 언제가 될는지 모르는 그 때를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은 루안시아의 성정에 맞지 않는 행위.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을 한시라도 앞당길 것이고 그 노력은 데스가리온의 시선이 올곧은 방향으로 맞춰질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울지만 그 때가 되면 환히 웃을 수 있으리. 루안시아는 이제는 익숙해진 목끝을 타고 넘어오려는 뜨거운 것을 삼키며 데스가리온의 빗나간 눈동자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
루안시아는 시선을 주고 있던 데스가리온의 두 눈이 천천히 감겨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오른편으로 작게 갸우뚱했다. 눈을 깜빡이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 줄 알았는데 닫혀진 그의 눈은 안정을 되찾았을 텐데도 뜨여지질 않자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오른편으로 기울여진 루안시아의 진분홍빛 머리칼이 가느다란 미풍에 의해서 엷게 흩날렸고, 그로인해서 그녀의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의 양이 약간 더 늘어났다.

"...오라버니?"
무언가 질감이 다른 침묵을 지키는 데스가리온에게 루안시아는 왼발을 뻗어 반보 정도 다가갔다.
"오라...어?"
루안시아는 왼발을 뻗어 놓고 오른발을 앞으로 가져가며 데스가리온을 부르는 와중에, 앞머리로 덮여져 보이지 않던 자신의 오른편 사각지대를 드리우는 짙은 음영을 감지한 순간 어깨를 움츠리며 양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다시금 공간을 눈에 담은 루안시아는 우측 시야를 가리던 앞머리가 오른쪽으로 곱게 넘어가는 것을 보며 두 눈을 두 어번 빠르게 깜빡거렸다. 진분홍빛으로 반짝이는 앞머리가 개별의지라도 가지고 있던건지 주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유동하던 앞머리는 제자리를 찾아갔고 루안시아는 자신에게 닥쳤던 현실을 직시 하는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머리를 정리해준 사람이 바로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주 자연스레 두 눈이 마주쳤다.

"오라버니가 아니라 오빠야 임마. 장가도 안 간 사람한테 오라버니라니...닭살 돋게 시리."
"......?"
마주친 눈 중 하나의 눈은 아무런 움직임 없어 그대로 굳어버렸고 또 다른 눈은 진한 호선을 그려나아가 웃음이라는 형태를 이루었다.
"예전에는 잘도 부르더만. 역시 노란 곰돌이가 우리 시아를 망가뜨려 버린겐가."
데스가리온은 양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올린 뒤 손바닥 한 뼘 정도의 빈공간을 두고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는 검지와 엄지로 허공을 잡은 체 양손의 빈공간을 벌렸다 좁혔다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데스가리온의 손에는 아무것도 잡혀있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에 의해서 루안시아는 탄력성 있는 무언가가 늘었다 줄었다하는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었고, 앞서의 말과 조합했을 때 그가 표현하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입이 없고 둥글 넙적한 까만 코와 똘망한 눈동자의 갈색 곰 얼굴. 그 얼굴은 실존하는 곰의 목을 잘라내어 입을 꾀메 만든 것이 아니라 노란 천 위에 실로 바느질 하여 만든 인위적인 안면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함은 관상용으로 보거나 자신을 위해서나 타인을 위해서 실용적으로 활용되어지길 바라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고 루안시아 또한 그 곰이 세겨진 노란 속옷을 애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 속옷을 데스가리온이 언젠가 우연스레 발굴해 입을 그려 넣고 머리에 뒤집어 쓰는 둥 곰의 타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어 그 당시 감수성에 민감한 나이였던 루안시아의 눈물샘에 물이 고이질 못할 정도로 눈물을 뽑아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이 후로 데스가리온은 틈만나면 타락한 곰 이야기를 꺼내며 어린 루안시아에게 꿈자리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믿기 싫은 이야기였지만 루안시아의 풍부한 상상력은 타락한 얼굴 옆퉁이에 악마의 날개까지 그려넣어 버렸고 그것은 실제로 꿈에 나타나 루안시아의 머리를 한입에 삼켜버리곤 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여기려 했건만 다시 생각해봐도 찝찝하기 그지 없었다.

"음, 혹시 아직도 노란 놈을 입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던 데스가리온의 눈매가 돌연 가로로 길쭉하게 찢어지며 불투명한 시선이 쏘아져 나왔다. 멍한 와중에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음침한 기운에 어깨를 부르르 떤 루안시아는 본능적으로 왼발을 길게 뒤로 빼려했지만 데스가리온의 왼손이 더 빨랐다. 루안시아의 반보 앞으로 내뻗어져 있던 왼발이 지면에서 살짝 떨어졌을 때엔 데스가리온의 왼손은 그녀의 우측을 파고들어 등을 지나 좌측 허리 안쪽에 손바닥을 이미 안착시킨 상태였다.

"...앗, 앗!"

데스가리온의 왼손에 의해 허리가 묶여 하체를 움직일 수 없던 루안시아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체 턱을 약간 쇄골깨로 당기고 상체를 뒤로 반쯤 눕혔지만, 실눈에 호선을 그리고 입술을 비죽거리며 다가오는 데스가리온의 안면에서 더 이상 멀어질 방법이 없자 두 눈을 강하게 감았다. 기울인 상체를 고정하기 위해 데스가리온의 어깨에 얹혀진 그녀의 양손이 반쯤 쥐어졌다.

"울 애기, 우쭈쭈쭈."

놀고 있던 오른손으로 허공에서 찰랑거리는 진분홍빛 머리칼의 루안시아의 머리를 살며시 받친 데스가리온은 망측한 안면을 점점 더 앞으로 빼며 돌출시킨 자신의 입술을 마찰시켜 괴상망측한 소리를 냈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얼굴과 엷게 홍조를 그려가는 얼굴 사이에 있던 공간은 데스가리온의 저급한 나아감에 서서히 줄어들었고 종내에는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릴만큼 그 거리가 단축 되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거리라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상응하여 전진하는 것과 고정 된 것 사이의 공간을 완전히 집어 삼켰...

"뭐하는 거야!"

공기를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외침이 공간을 가르는 이시테의 왼주먹과 함께 데스가리온에게 맞닿았다. 겨울의 미세한 찬바람을 머금은 미끈한 다리를 벌려 왼발은 뒷꿈치를 떼고, 반보 정도 앞으로 뻗어져 있는 우측발에 무게중심을 실은 뒤 좌측 어깨를 시점으로 허리를 절반 정도 튼 후 으스러지도록 쥐어진 왼 주먹을 허리를 빠르게 바로하며 생긴 반동과 함께 데스가리온에게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의 우측 옆구리를 강타하여 타격감을 얻은 직 후엔 뒷꿈치가 떼어져 있는 왼발 앞꿈치에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작은 몸을 고정한 뒤 맞닿아 있는 왼주먹을 길게 펴서 데스가리온을 날려 버렸다.

"컥!"

180의 키를 훌쩍 넘기는 데스가리온은 자신의 가슴깨에 머리 꼭대기가 겨우 걸치는 자그마한 체구의 이시테의 주먹에 얻어맞아 폐안에 있는 다량의 공기를 일순간에 내뿜어 신음성을 토해내며 복도와 한 몸인 나무벽을 뚫고 그 건너 이름모를 방안으로 전신을 내던졌다.

우측 허리가 안쪽으로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돌출 되어진 좌측 허리를 본의 아니게 이용하여 나무벽을 뚫고 방 안에 들어와 엎어졌던 데스가리온은 가슴밑에 깔린 양팔을 꺼내어 푹신한 비단들을 짚고 일어났다. 방 안에는 여러가지 색감이 입혀진 옷감들이 데스가리온의 열렬한 인사에 의해서 사방팔방으로 뒤섞여 있었고 그가 본의 아니게 뚫고 들어온 나무벽 맞은편에는 작은 문이 하나 존재했다. 데스가리온은 몸을 일으킨 뒤 허리를 약간 수그려 종아리 부분에서 시작해 어깨까지 손바닥으로 훑으며 나무조각들을 털어내었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붙은 알갱이들을 왼손으로 거칠게 털어낸 그는 자신이 뚫은 신개념적 통로를 이용해 자매들이 있는 공간으로 복귀했다.
이시테는 자신의 왼손을 시야에 담으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무릎까지 오는 푸른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하얀 다리를 약간 벌린 체 서있었고, 데스가리온이 날아가면서 슬며시 놓아버린 루안시아는 엉덩이를 복도 위에 붙이고 왼손으로 바닥을 짚어 상체를 지탱한 체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부드러운 입술에 얹고 데스가리온을 투명한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루안시아의 기나 긴 생머리가 복도 위에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따사로운 햇살은 그녀의 머리칼에 빛이 사그러들지 않게 해주었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데스가리온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기다려줘서 고맙다, 꼬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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